영성의 길

어느 제주 해녀의 낭만

2021.10.01 08:40

안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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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서 전복 따 파는 제주 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 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 둔단다.”
미당 서정주님의 시 「시론(詩論)」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님을 위해 제일 좋은 전복을 따지 않고 남겨 둔 해녀는
참 훈훈하고 따뜻한 여백이 있는 사람입니다.
재능은 사람들 머릿속에 기억되지만,
배려와 여백은 사람들 가슴속에 기억됩니다.
서정주 시인은 시(詩)의 전복도 제일 좋은 것은 따지 말고
물 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 두라고 합니다.
말하고픈 것들을 모두 말하지 말고 남겨 두라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는 것은 설명이지 시가 아닙니다.
말이 절제된 흰 여백은 감상하는 사람이 들어갈 공간입니다.
시를 읽는 사람은 그 빈 공간 속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하늘이 되기도 하고,
물이 되기도, 산이 되기도 합니다.
쉼표가 있어야 음악이 되고,
여백이 있어야 깊은 그림도 되고 시도 되듯이,
하나님 안에서의 안식은 쉼표이며 여백입니다.
침묵의 시간이 있어야 깊은 말이 되듯이
절제와 안식은 정체가 아니라 가장 큰 역동적인 활동입니다.
노예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쉬지 못합니다.
오직 일 밖에 없습니다.
노예에게 있어 삶은 잔인한 진행형입니다.
자유인은 안식합니다.
쉴 줄 압니다.
즐거워할 줄 압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할 줄 압니다.
“또 가라사대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막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