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狂人)
2021.10.18 08:33
안기선
최북과 반 고흐는 둘 다
‘미치광이 화가’라는 소리를 들었다(중략).
두 화가는 자신의 미친 짓이 곧
‘지독하도록 말짱한 세상 때문’이라 했다.”
손철주 저(著)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의 나무, 18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방랑기사로 나선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알고 돌진하는가 하면,
시골 이발사의 세숫대야를 전설적인 맘브리노의 투구로 오인합니다.
또한 여관을 성으로 착각하고,
여관 주인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엉터리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정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고,
불의 앞에서는 주저않고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그는 당시 드문 진정한 기사였습니다.
돈키호테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잊고, 묻어두었던,
그러나 꼭 회복해야 하는 우리의 순수한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돈키호테〉에는 세상과 순수 사이의 ‘어긋남’,
세상은 세상의 뜻대로 가는데 세상을 거슬러 순수를 추구하면
미치광이로 취급받을 수 밖에 없는 ‘빗나감’이 있습니다.
돈키호테가 마지막 모험에서 돌아와 제정신이 들어 임종한 후
묘지에는 다음과 같은 묘비명이 새겨졌습니다.
“광인으로 살다가 제정신으로 죽은 사람.”
돈키호테가 미친 사람일까요? 아니면 세상이 미쳤는가요?
신약성경을 보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당했으나
진정한 하나님의 기사였던 사람이 나옵니다. 사도 바울입니다.
선교하다가 잡혀 온 바울을 재판하던 베스도 총독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행26:24)
하나님은 죄로 인해 어긋나고 빗나간 세상 속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더라도 주님의 길을
꿋꿋하게 가는 광인(狂人)을 찾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