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했던 이유
2021.10.22 08:59
안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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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안이 그렇게 잘되는 것은
그 어머니의 독실한 신앙과
끊임없는 기도생활 덕분이라는 것을
자손들이 느끼고 늘 감사하며 산다는 대목에서
나는 그만 마음이 몹시 상하고 말았다.
상한 정도가 아니라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기분이었다(중략).
나는 그럼 기도가 모자라서 아들을 잃었단 말인가.
꼭 그렇게 들려서 고깝고 야속했다.
세상에 자식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은 에미가 어디 있단 말인가.”
박완서 저(著) 《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61쪽) 중에 나오는 구절 입니다.
“부모 상고에는 먼 산이 안 보이더니,
자식이 죽으니 앞뒤 산이 다 안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소설가 박완서님은
평범해 보이는 말에도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평범한 말 속에서도
이웃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으니 ‘말을 위한 기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죄성이 많은 우리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죄 용서를 받는 제사 중에‘속죄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죄의 내용을 보면 “부지중에 범하는 죄”가 나옵니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죄를 범하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늘 겸손해야 하는 이유이고
입을 위하여 늘 기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일 이스라엘 온 회중이 여호와의 계명 중 하나라도 부지중에 범하여
허물이 있으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다가 그 범한 죄를 깨달으면
회중은 수송아지를 속죄제로 드릴지니.” (레4: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