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의 리더십
2022.06.06 10:36
안기선
옛날에 자기 나라로 가는 길을 잃은 한 남자가
바보들의 나라로 알려진 한 나라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밀을 수확하러 밭에 갔다가
기절초풍을 하며 도망나오는 것을 보았다.
“저 밭에 괴물이 있답니다.” 그들이 말했다.
그가 가서 보니 그것은 수박이었다.
그는 그들을 위해서 자기가 그 ‘괴물’을 죽여 주겠노라고 제안했다.
그는 수박을 줄기에서 잘라낸 다음 한 쪽을 잘라서 먹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수박보다도 그를 훨씬 더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건초용 갈퀴로 그를 쫓아내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이 놈을 쫓아내지 않으면 다음엔 우리를 죽일 거야.”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또 다른 남자 하나가 길을 잃고 바보들의 나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앞에서와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남자는 그들에게
‘괴물’을 처치하는 일을 도와주겠노라고 제안하기 보다는,
그 괴물이 틀림없이 위험할 것이라며 그들의 말에 찬성해 주고,
그들과 함께 살금살금 걸어나옴으로써 그들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그들의 집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수박에 대한 기초 지식을 조금씩 조금씩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결국은 수박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었을 뿐만 아니라
수박을 경작할 수 있게까지 했다.
헨리 나우웬 저(著) 김성녀 역(譯)
《긍휼》(IVP, 131-132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나우웬은 이런 사람을 ‘긍휼의 지도자’라고 말합니다.
다윗은 정적이었던 사울 왕의 죽음에 환호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눈물로 애도하는 긍휼의 가슴을 가졌습니다.
심지어 적의 장군 아브넬의 죽음까지 애가를 지어 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울의 손자이었던 므비보셋을 선대하여
자신의 식탁에 함께 앉게 하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이런 긍휼의 마음을 지닌 지도자가 나타나자 백성들은 위로를 받았고,
이스라엘은 부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 시대는 이런 긍휼의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종 이스라엘을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 (눅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