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길

꽃피는 어머니

2022.06.16 08:06

안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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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어머니는 같은 여성이지만 다릅니다.
자신의 가슴에 박힌 못도 수천 개인데,
자식 가슴에 박힌 못을 뽑느라 여인에서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밥 먹고 가거라.”
“약 잘 챙겨 먹어라.”
“쉬엄 쉬엄 하거라”
어머니의 쉬운 문장은 초등학교 삐거덕거리는
풍금의 여음(餘音)처럼 귓가에 가시지 않습니다.
곶감처럼 쭈그러든 어머니의 얼굴,
그 꽃받침 위에 우리가 있습니다.
“너를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 (잠23:22)
가건물 신축 공사장 한편에 쌓인 각목 더미에서 자기 상체보다 긴 장도리로
각목에 붙은 못을 빼는 여인은 남성, 여성 구분으로서의 여인이다(중략)
아직도 바랜 핏자국이 수국꽃 더미로 피어오르는 오월,
나는 스무 해 전 고향 뒷산의 키 큰 소나무 너머,
구름 너머로 차올라가는 그네 위에서 그녀를 다시 본다
내가 그네가 높이 차올려 그녀를 따라 잡으려 하면
그녀는 벌써 풀밭 위로 내려앉고 아직도 점심 시간이 멀어 힘겹게,
힘겹게 장도리로 못을 빼는 여인,
어머니, 촛불과 안개꽃 사이로 올라오는 온갖 하소연을 한쪽 귀로 흘리시면서
오늘도 화장시 행상에 지친 아들의 손발에,
가슴에 깊이 박힌 못을 뽑으시는 어머니…
이성복 님의 시 「꽃피는 어머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