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길

진짜의 여유

2022.06.30 09:04

안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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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는 가짜이기 때문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짜는 진짜이기 때문에
애써 진짜처럼 보이려 안달할 이유가 없다.”
이승우 저(著)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복있는 사람, 222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독일에서 유래된 키처 (kitsch)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짜가 아닌데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모조품과,
그러한 모조품에서 자기 기만적 만족감과 위로를
얻어내려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할 때 쓰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심지어는 종교까지도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키처가 번성하고 있습니다.
진짜보다는 가짜가 기승을 부리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명품이 짝퉁 취급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짝퉁이 명품 대접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가짜는 공교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눈에 가짜로 보인다면 아무도 사지 않기에
가짜는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조화(造花)를 보시시오.
조화는 가짜 꽃입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이 보여야 할 가짜입니다.
조화가 생화보다 더 색깔이 요란하고
화려해 보이는 까닭이 거기 있습니다.
더군다나 조화는 벌레가 먹거나 강한 햇볕에 타서
상처 입은 모습도 없이 완벽합니다.
조금이라도 흠이 없도록 가공합니다.
그러나 진짜는 여유가 있습니다.
진짜이기에 진짜처럼 보이려 안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가 진짜의 아름다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걸작품입니다.
나만이 보일 수 있는 하나님의 영광이 있습니다.
허영에 사로잡혀 하나님이 지어주신 원본(原本)이 아니라,
가짜 복사본(複寫本)으로 살아가려 안달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사오니” (요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