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길

밀란 쿤데라 ‘느림

2022.10.27 08:06

안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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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중략).
웬 사내가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득, 그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를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한다.”
밀란 쿤데라 저(著) 김병욱 역(譯)
《느림》(민음사, 48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강한 비례 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망각하고 싶으면 빨리 살려고 합니다.
느림을 되찾으면 기억도 되살아 납니다.
느림과 기억 사이에도 강한 비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빠름은 망각을, 느림은 기억을 불러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구름 기둥을 보내어 그들을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구름은 하루만에 움직여서
어서 짐을 챙겨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일년이나 한 곳에 머물러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년 내내 한 곳에서 진을 치고 머물러야 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을 빨리 인도하실 때도,
느리게 인도하실 때도 있습니다.
빨리 인도하실 때는 옆 뒤를 보지 않고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느리게 인도하실 때는 깊은 묵상을 해야 합니다.
빨리 달리는 것과 멈추어 서서 풍경을 보는 것은,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삶의 두 기둥입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전7:1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