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길

막장 인생이라 할지라도

2022.10.17 09:18

안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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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밑에 있으려면 세 가지는 꼭 지켜줘야 한다.
첫째로 남의 정 가르는 짓은 하지 말 것.
정히 좋으면 몇 달 간만 살림 차리는 것은 좋지만
조강지처 내쫓고 안방 차지하는 것은 못 봐준다.
둘째로는 살림을 덜어내도 집과 양식은 남겨줄 것.
화류계 사랑, 재물 오가는 거야 당연지사지만
남을 거덜 나게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좋은 벌치기는 꿀을 떠도 반드시 남기고 뜬다.
셋째 기둥서방은 안 된다.
서로 좋아 결혼하는 거야 말리지 않지만 기
둥서방 두고 이 집 들락거릴 생각은 마라.
너희들을 위해서도 이 세 가지는 꼭 명심해야 한다.
너희들이 다시 업을 짓게 되는 것은 대개 이 세 가지를 지키지 못해서다.”
이문열 저(著), 「변경6」 (문학과지성사, 275-276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백운장이라는 술집 주인이 술집 여인들에게 한 말입니다.
비록 몸을 팔아 사는 막장 인생으로 살지라도,
남의 정 가르는 짓은 하지 않는 것,
남의 살림을 거덜 나게는 하지 않는 것,
기둥서방을 두지 않는 것.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며 살라는 교훈입니다.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책」 에는
그 유명한 최부잣집 가문이 지켜 온 가훈이 나옵니다.
그 중에 이런 가훈이 있습니다.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 싼 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이웃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의 불행 속에 이득을 챙기거나,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의로움을
나타내는 방편으로 삼는 속물이 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막장 인생이라도 속물이 아닌 사람이 있고,
고상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속물 인생이 있습니다.
“믿음으로 기생 라합은 정탐꾼을 평안히 영접하였으므로
순종치 아니한 자와 함께 멸망치 아니하였도다.” (히11:31)